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초연돼 호평 받은 '킹키부츠'는 '메이드 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이라 부를 수도 있다. 국내 제작사인 CJ E&M이 투자와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최대 권위의 연극·뮤지컬 작품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음악·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는 12월 2일부터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작부터 브로드웨이 손잡고=이 뮤지컬은 파산 위기의 구두 회사 사장 찰리가 여장 남자용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이야기. 탄탄한 이야기에 디스코, 팝, 발라드 등 흥겨운 음악이 절묘하게 섞인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작곡은 미국의 팝 디바인 신디 로퍼(61)가 맡아 화제가 됐다. 브로드웨이의 1400석 규모 알 허쉬필드 극장에서 지난해 3월부터 공연 중이고, 미국 내 30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CJ E&M은 이 작품에 약 100만 달러(10억 6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은 연간 6∼7%. 여기에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공연권을 확보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무대에는 배우 김무열(32), 오만석(39), 정선아(30), 고창석(44) 등이 오른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출발한 이 작품이 국내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 E&M은 ‘킹키부츠’ 외에도 작품 개발과 제작 등 전반을 이끄는 ‘리드 프로듀서’ 자격으로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를 제작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목표로 현재 대본·음악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뮤지컬의 제작 반경이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뮤지컬업계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국내 공연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해외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단계”라며 “글로벌 창작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고 신뢰도를 쌓는다는 것도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잘 만든 창작뮤지컬, 뮤지컬 한류의 주인공=국내에서 호평을 받으며 장기공연 중인 창작뮤지컬이 해외로 진출, 현지 배우들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달동네 주민들의 삶을 다룬 ‘빨래’(제작 씨에이치수박)와 창작뮤지컬의 대표주자인 ‘김종욱 찾기’(제작 CJ E&M·뮤지컬 해븐)는 각각 2012년과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찾기’라는 이름으로 상해, 광저우 지역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가며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빨래’의 경우 극 내용이 한국어 교재로도 출간됐다. 이외에도 시즌제 창작뮤지컬인 ‘셜록홈즈 시즌 1:앤더스 일가의 비밀’(제작 레히·알앤디웍스)이 지난해 일본 무대에 올랐고, 올 연말부터 ‘셜록홈즈 시즌 2:블러디 게임’도 수출돼 일본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기 있는 해외 공연의 라이선스를 수입하던 패턴에서 오히려 초기 개발단계에 참여하는 식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며 “소비국만이 아니라 생산국이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초기 단계부터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는 것 자체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뮤지컬 한류 전진… 해외서 제작하고 현지화 이뤄낸다
입력 2014-10-22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