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첫 공판이 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열렸다. 검찰과 변호인은 배심원들을 상대로 살인교사의 동기와 증거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의원은 말없이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다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제11형사부(부장 박정수) 심리로 오전 11시쯤 재판이 시작되자 김 의원은 턱수염이 덥수룩한 채 연두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판사에게 인사한 뒤 변호인 옆자리에 앉았다. 판사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던 김 의원은 간혹 방청객 쪽을 돌아봤다.
김 의원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정 분위기는 처음부터 날이 섰다. 검찰은 "'부탁했다'는 팽씨의 진술이 바로 김 의원이 살인을 교사했다는 직접증거"라고 몰아붙였다. 검찰은 이어 김 의원과 팽씨가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연락한 점, 범행 전후 카카오톡 메시지를 교환하거나 유난히 길게 통화한 점, 김 의원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팽씨에게 보낸 쪽지 3장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김 의원 측이 반론에 나섰다. 변호인은 "살인교사란 교사자가 피해자를 향한 강력한 살해동기를 가져야 하는데 김 의원이 이런 동기를 갖기가 힘들다"며 "송씨가 김 의원을 압박했다는 증거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용도지구변경 하는 데에만 5∼10년이 걸리는 걸 잘 아는 송씨가 거액을 초선 시의원에게 줬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씨가 김 의원을 후원하며 협찬한 수건을 보여주며 김 의원과 송씨가 오랜 동반자 관계였음을 배심원에게 호소했다. 이어 팽씨가 송씨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공은 증인으로 출석한 팽씨에게 넘어갔다. 그는 "2012년부터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해달라고 자주 요구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당시엔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부터 김 의원이 다급하고 불안해했다. 살해 요청이 다시 강해졌다"고 말했다. 팽씨는 김 의원의 요구가 부담스러워 피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통상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참고해 재판부가 당일 선고한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이견이 팽팽한 데다 신청된 증인만 20여명이나 돼 27일까지 매일 진행된다. 국민참여재판이 1주일 넘게 매일 진행되기는 처음이다. 재판부는 27일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 이를 참고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김 의원은 송씨로부터 부동산 용도변경을 위한 로비자금 5억여원을 받았다가 이를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자 10년 지기 팽모(44·구속 기소)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살인교사” “무죄” 배심원 앞 날선 공방
입력 2014-10-21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