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외국 기업 차별없게… 투자 쉽도록 규제 풀겠다”

입력 2014-10-21 03:36
정홍원 국무총리(왼쪽 세 번째)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외국인투자기업 규제개선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도 통상임금 범위가 너무 불명확해요. 우리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리스 자동차 세금을 두 번 내요. 지점 소재지에서 내고, 서울에서 또 내고….”

“외국인기업이 번 돈은 전부 한국에서 재투자하거나 이익배당을 하라는데 너무 심해요.”

“의료기기 한 대 수입하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요.”

20일 오전 11시쯤 서울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홍원 총리 주최 외국인투자기업 규제개혁 간담회 자리는 아우디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인텔·BNP파리바·알스톰 등 26개 글로벌기업 국내 지사장들의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남김없이 털어놓은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간담회는 기업인들이 묻고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헬터 ECCK 회장이 먼저 “외국기업 관련 규제법령을 만들 때는 우리들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와 외국계기업세정지원협의회 등을 통해 적극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대답했다. 정 총리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수요자와의 소통”이라고 언급했다.

세계적인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한국지사의 얀 르부르동 대표는 “수입 화장품이 비싸다고 평균가격을 다 공개하라 한다. 이건 영업비밀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 화장품과 차별 아니냐”고도 했다. 얘기를 듣던 정 총리가 “외국기업이 국내기업과 제도적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영업비밀이 노출돼서도 안 된다”고 훈수를 뒀다. 그러자 해당부처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의 출고가격도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차별은 아니며 소비자를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가 “우리 리스 차량은 세금을 이중으로 낸다. 지점 소재지에서 세금을 내고 또 서울시에 다시 낸다”고 하자, 그는 “이중과세는 없어야 한다.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해서 고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판단기준 합리화, 외국계 금융기관 소유 금융정보의 해외이전 규제 등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들 반응은 “전향적으로 바꾸겠다”는 호응도 있었고, “제도 취지를 이해해 달라”는 설득 카드도 있었다.

간담회가 4시간을 훌쩍 넘기자 정 총리는 마무리발언을 통해 “앞으로 외투기업과 국내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외국인투자기업은 국내 총 수출액의 20%, 고용의 6%를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며 “앞으로 이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간담회 뒤 세계적인 글로벌 기계·에너지 기업인 지멘스의 조 캐저 회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과감한 규제 개선과 외투기업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며 “지멘스가 우리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윈-윈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