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 중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과 함께 ‘빅3’로 불리던 그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7선 경력의 정 전 대표는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중앙정치 무대에서 거의 사라졌다. 언론과의 접촉도 피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20일 “정 전 대표가 당분간 여의도와는 거리를 두고 국가 비전과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열공’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남북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정 전 대표는 “남북 관계에서는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부친(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업이 있어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은 그의 현재 관심사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8월 말 미국을 방문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미국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 본사를 찾아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9월 중순에는 서해를 건너 중국의 대표적 IT 기업인 바이두, 레노버,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자신의 정책연구소인 아산정책연구원과 ‘해밀을 찾는 소망’을 번갈아 가며 매일 출근한다고 한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본선 같은 경선 상대였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는 묵은 앙금을 풀었다고 한다. 식사도 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4일 정 전 대표의 딸 선이씨 결혼식에 김 전 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를 조직적으로 밀었던 친박(친박근혜) 주류와의 관계도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몇 친박 인사들에 대해선 섭섭한 감정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 인사는 “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때 도왔던 분들을 지금도 만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등 변명거리는 많지만 다른 이유는 대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그의 고민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부진이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19년 무파업’ 기록이 깨질 위기에 처해 있다. 다른 측근 인사는 “정 전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참여할 길도 없다”면서 “전문 경영인들한테 회사 문제를 일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가 정계 복귀를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과 골프를 치기도 했고, 지지자들과 등산을 함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근들은 “선거 때 도움을 줬던 분들에게 인사를 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측근 인사는 “아직 움직일 때가 아니다”며 “언제 정계에 복귀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 인사는 “정 전 대표도 올해 63세”라며 “국민들이 불러준다면 2017년 대권 레이스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무성 대표가 당의 자리를 제안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기획] MJ는 지금… 열공중?
입력 2014-10-21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