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 건축물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입력 2014-10-21 03:05
‘타이포잔치 2015 프리비엔날레’ 첫 행사인 ‘도시문자탐사 프로그램’은 23일까지 서울역과 명동, 강남역 등 서울의 주요 지역을 돌며 건축과 문자의 관계성을 찾는다. 탐사단은 도로표지판 이미지가 그려진 버스로 이동하며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타이포잔치 2015’ 총감독인 김경선 서울대 교수가 20일 ‘도시문자탐사’에 나서기 전 3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종로1가 D타워가 지어지고 있는 이곳은 ‘피맛골’로 불리던 곳입니다. 100필지(토지의 등록단위)나 되는 이곳은 주로 식당들이었죠. 옛 소유주들의 등기부등본을 보니 재미있더군요. 당시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들은 해당 건물이나 인근에 살았는데 자식들은 부모의 일을 이어받지 않으면서 강남이나 분당에서 살더군요. 피맛골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들의 삶도 달라진 겁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D타워 앞에 도로표지판 이미지가 그려진 버스가 멈췄다. 그래픽디자이너 김형재씨와 박재현씨는 비 때문에 내리지 못한 버스 안 30여명에게 등기부등본에서 찾아낸 D타워에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잠시 후 버스는 중구 을지로3가 앞 장교빌딩 앞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타이포잔치 2015 프리비엔날레’의 첫 행사인 ‘도시문자탐사 프로그램’의 강연자. 이처럼 간판이나 문서, 근·현대 건축물 등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도심 속 공간을 바라보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타이포잔치 총감독을 맡은 김경선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는 “사람은 변화를 추구할 때 가장 먼저 옷(의)과 먹을 것(식)을 바꾸고 거주 공간(주)은 마지막”이라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공간과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문자탐사 프로그램은 내년 본 행사인 ‘타이포잔치 2015’를 앞두고 6개월 여간 진행되는 사전행사 중 하나다. ‘타이포잔치 2015’는 도시 속에서 문자에 관심을 가져온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시대를 해석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23일까지 계속되는 이 프로그램은 40여명의 신청자들이 버스로 이동하며 전문가들에게 도시 건축과 문자의 관계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일 주제는 다르다. 첫날 주제는 ‘페이퍼시티(paper city)’였다. 재개발 지역의 등기부등본이나 건축허가서 등 문서만으로 건축물과 소유자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21일엔 가로수길, 강남역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를 찾아 밤이 되면 경계가 사라지는 건물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간판을 본다. 22, 23일엔 각각 상가 건축과 간판들이 혼돈스럽게 걸려있는 번화가를 찾는다.

유명 건축물의 내면을 보는 프로그램도 지난 19일까지 진행됐다. 비영리단체인 ‘오픈하우스 서울’이 같은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다. 건축가들이 직접 해설자로 나서 서울 경동교회, 숭실대 학생회관, 경기도 판교 계수나무집 등 건축물과 내부를 보면서 도심 건축의 철학과 영감, 환경에 따른 건축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지난달에는 한국근대건축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도코모모코리아가 서울 시내 주요 근·현대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가졌다. 공간 디자이너 서준원씨 등이 ‘공간잇기 프로젝트’를 통해 종로구 계동길을 찾는 사람에게 건축물을 소개하고 지역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