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연아(가명)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항균작용 효과가 높다는 A사의 치약을 듬뿍 올려 양치질을 한다. 출근 전 김씨는 스킨로션, 영양크림 등의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 출근할 때 이용하는 자가용에는 악취를 없애고자 방향제를 뿌린다. 이후 회사에 도착한 김씨는 책상 위의 먼지를 닦기 위해 물티슈를 사용한다. 어느 날 김씨는 신문을 통해 이러한 생활용품 상당수에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용품들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제 믿고 쓸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치약이나 화장품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포함된 파라벤 등의 유해성분이 몸속에 흡수되면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자료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치약’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국내에서 시판되는 치약의 약 3분의 2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트리클로산이 함유됐다는 내용의 국정감사 자료를 내놓았다. 김 의원은 치약의 파라벤 함량은 0.2%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기준을 설정해 놓았지만 트리클로산은 관리 기준치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리클로산은 이미 해외에서도 유해성분이라고 판명된 물질이다. 미국은 이 성분이 유해한 성분임을 인지하고 법적인 조치도 취했다. 실제 2004년 미국 질병관리방지본부에서 국민 2517명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의 소변 내 농도를 측정한 결과 57.8∼74.6%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됐고 모체의 혈장과 모유에서도 높은 농도의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의 미네소타주는 지난 5월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하는 법까지 통과시켰다. 캐나다 역시 구강세척제의 트리클로산 함유량을 0.03%이하로 관리하고 있고 12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트리클로산 성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여성들이 피부 미용을 위해 사용하는 ‘화장품’에 함유된 방부제인 파라벤도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0월 화장품의 보존재로 사용되고 있는 다섯 종류의 파라벤 성분의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보존제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면서 우리 몸에 내분비 장애 등의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물티슈에 함유된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생활 속 유해성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외친다. 우리나라는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 중 어린이치약이 무려 63개나 된다. 또 화장품류의 파라벤 함유 비율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규제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 측은 “유럽 등의 국가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발암물질 목록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해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물질들이 우리 생활에 쓰이지 않도록 장려한다면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상황도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형 기자
[암과의 동행] ‘치약·화장품’ 너 마저도… 일상 지배하는 발암물질
입력 2014-10-2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