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야기-화이자 ‘잴코리’] 한 알에 16만원… 보험적용 줄다리기 계속

입력 2014-10-21 02:50

대학 시절에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9년째 투병 중인 박소연(31)씨는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이나 드는 바람에 치료 중단 위기에 처했다. 박씨는 암이 상당히 많이 전이된 말기 폐암 환자였다. 그는 9년간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내고 있다. 항암치료 도중 출산을 해, 현재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박씨는 “항암제 내성이 생겨 다른 약은 쓸 수도 없다. 유일한 희망은 ‘잴코리’라는 약물이다. 하지만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제이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환자들이 큰 부담을 떠안고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다. 바로 화이자의 폐암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다. 이 약은 현재 정부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한 알당 16만원씩 한 달 약값만 1000만원을 들여 사 먹는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1억2000만원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만여 명의 폐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그중 이 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약 200∼300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비싼 약가로 인해 현재 복용 환자 수는 약 60여명(2014년 8월 기준)에 불과하다. 잴코리는 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도록 승인 받은 최초의 신약이다. 이 약을 먹고자 하는 환자는 치료 시작 전에 검증된 FISH(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법을 이용해 ALK 변이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출시 직후 화이자는 잴코리를 ‘진료상 필수약제’로서 급여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잴코리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없음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적응증에 도세탁셀 등이 쓰이고 있으므로 잴코리가 진료 상 필수약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후 지난 2012년 11월 잴코리는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므로 급여 적정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화이자는 잴코리의 임상적 유용성 및 혁신성에 대한 가치와 더불어 잴코리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추가 자료를 준비해 심평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화이자는 잴코리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경제성평가 모델을 개발해 심평원에 관련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올해 7월 개최된 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 잴코리의 효과 및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됐으나 비용효과성 불분명으로 인해 다시 한번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화이자 측은 “잴코리는 혁신적인 약제이지만 대상 환자수가 적다. 현 급여 제도에서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기에 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환자들로부터 거센 급여 요구가 이어지자 건보공단에서는 잴코리를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1회 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최고 2000만원 한도 내에서 본인부담액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측은 “적정한 약가를 받으려는 제약사와 건보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값을 최대한 낮추려는 정부 간의 줄다리기로 인해 이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가 그간 몇 번의 실패를 거쳤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돈이 없어서 죽는 국민이 없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루 빨리 잴코리도 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