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지하주차장 돌출형 환풍구 가장 약한 기준 적용

입력 2014-10-21 02:14

주차장이나 상가 등 지하공간이 있는 건축물이나 지하철역은 대부분 환기를 위해 환풍구를 설치한다. 하지만 환풍구가 설치된 장소나 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하중(무게) 등 안전 기준이 다양하다. 특히 서울 지하철역 환풍구의 설계기준은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물 지하주차장 환풍구의 경우 국토부 고시인 ‘건축구조 기준’에 명시돼 있는 하중(무게)을 적용받는다. 건축법상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벽, 기둥, 지붕은 이 기준에 맞춰 지어야 하는데 지하주차장 환풍구는 지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추락사고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의 환풍구처럼 바닥에서 일정 부분 솟아오른 돌출형 환풍구는 ‘점유·사용하지 않는 지붕’으로 분류되는 데 지붕에 적용하는 기준 중에서도 가장 약한 ㎡당 100㎏을 적용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설계됐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면에서 솟아올라 있는 환풍구에 대해서는 접근 차단시설을 설치하거나 위험안내표지를 부착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돌출형이 아닌 바닥에 만드는 환풍구의 경우 산책로(보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면 ㎡당 300㎏, 정원·집회·헬리콥터 이착륙장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으면 ㎡당 500㎏의 다소 강한 무게 기준을 적용한다. 철도설계 기준이 적용되는 지하철 환풍구도 ㎡당 500㎏ 기준을 맞춰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환풍구 덮개가 시설물 유형과 설치장소별로 높이, 형태, 크기 등이 다양한데 이를 별도로 규정하는 법규는 없고 내부 기준에 따라 ㎡당 500㎏ 이상의 하중을 지지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역에 설치된 환기구의 73%(1777개)는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보도에 설치돼 있으나 지하철 환풍구 추락 등 안전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매뉴얼은 없는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영철(새누리당) 의원은 20일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시 지하철 환기구 설계기준이 법적 근거도 없이 미국 교통부가 발행한 핸드북(안내서)을 기준으로 한 ‘시장방침’을 20년간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1994년 8월에 만든 ‘시장방침’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환기구 높이 기준은 1.5m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1.2m까지 낮출 수 있다. 2005년 3월 도시기반시설 본부장 방침으로 정한 환기구 면적기준은 학교, 병원, 주거지역 등 정숙을 요하는 지역은 5㎧ 이내, 상업·공업지역 등 정숙도가 낮은 지역은 7㎧ 이내, 녹지·농림지역, 하천부지 등 기타지역은 10㎧ 이내로 돼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