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교수 “좋은 것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버려라”

입력 2014-10-21 02:03
김영탁 교수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해 오는 ‘스트레스’가 음식물 그 자체보다도 몸을 더 해롭게 할 수 있다며, 환자들은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해 오는 ‘스트레스’가 음식물 그 자체보다도 몸을 더 해롭게 할 수 있습니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암 치료를 잘 받으려면 암환자들은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며 “몸에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몸이 더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 일례로 버섯을 달인 물을 지나치게 마시면 위장 관계 암을 가진 환자에서 암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또한 야채를 갈아 만든 즙을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가 복용할 경우 오히려 독성을 유발해 간수치가 상승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활용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몸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암환자들이 알고 있는 잘못된 건강 상식 중 대표적인 것이 ‘육식’에 대한 편견이다. 김 교수는 “일부 환자들은 육식 위주의 음식을 먹으면 본인의 건강한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까지 키울 수 있다는 오해로 인해 고기 섭취를 중단한다”며 “고기, 야채, 과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항암치료를 이겨낼 힘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사선 치료 중에는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섭취가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대사에 간섭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 무조건적인 비타민 투여는 오히려 해가 된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암환자들 중에는 영양상태가 불량해 항암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암환자의 40∼80%에서 영양상태가 불량하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영양결핍은 주요한 사망 원인이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에 내원한 부인암 말기 환자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영양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영양 결핍은 수술 직후 사망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암환자들의 체중감소를 막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환자에게 영양 결핍은 곧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에 대한 효과를 떨어뜨리고 치료에 동반되는 부작용을 이겨내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많은 영양물을 소비한다. 암환자는 섭취한 영양물을 암세포에게 빼앗기게 돼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영양관리의 목표는 체중감소를 방지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를 방지하는 것에 있다. 김 교수는 “식사량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항암치료로 인해 식욕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영탁 교수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어렵다면 식욕촉진제를 이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식욕을 촉진하는 약으로는 황체 호르몬이 함유된 메게이스 등의 약이 있다. 원래 이 약은 자궁내막암,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임상 과정에서 식욕 개선과 체중증가 효과가 밝혀져 암환자들의 식욕개선을 위한 보조제로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