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자궁경부암 불안감 벗어나려면…

입력 2014-10-21 02:55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낮추는 방법에는 크게 정기검진과 백신 접종 두 가지가 있다. 국가가 무료로 실시하는 자궁경부암 검진 프로그램은 성경험이 있는 만 30세 이상 여성이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받는 것으로 질경을 넣어 자궁경부를 보이게 한 다음, 세포 채취용 솔로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하면 검사는 끝난다. 시술자는 채취한 세포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고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 병변인 자궁경부 상피세포 이형성증(dysplasia) 유무를 확인한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긴 하나 여성이 느끼는 검사의 고통이 적지 않다.

직장인 윤영희(32·가명)씨는 “좀 아플 것이란 의사에 말에 짐작은 했지만 검사를 마치고 검사 부위가 아파 한동안 병원 로비에 앉아 있었다. 이 검사를 2년마다 받을 바엔 일찍이 예방접종을 받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즉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여성은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부인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HPV 예방접종을 한 여성은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미루는 편이다. 또 다른 직장인 김설화(28·가명)씨는 “1년마다 한 번씩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암 예방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따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아직 나이도 서른이 되지 않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 대상자도 아니어서 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을 개인적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예방접종을 받은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궁경부암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온 질문 가운데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1∼2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묻는 글이 많다. 이는 여성들에게 정기검진보다 예방백신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 권고안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검진사업부 김열 부장은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기적인 산부인과 진찰이 필요하다. 다만 예방접종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똑같은 주기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학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에 정기검진보다 백신이 더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십 년에 걸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책 입안자의 설명이다. 자궁경부암의 70%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16형과 18형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현재 접종이 허가된 백신들이 이 두 유형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백신이 없는 다른 성병이나 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HPV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관련 질환은 부인과 정기검진을 통해 쉽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무조건 맹신하기보다는 암 조기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받는 편이 완벽한 예방을 위한 방법이다.

다만 정부도 해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자가 늘고 있는 만큼 접종자와 비(非)접종자에 대해서 서로 다른 조기검진 권고안을 적용해볼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