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 분야 혁신을 천명했지만 관련법안 표류, 과도기적 정부조직 등의 영향으로 ‘국민 안전’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대형 안전사고가 또다시 발생해도 범정부적 유기적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직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관리를 주문해 왔다. 수차례 공식회의 또는 행사를 통해 비정상적 관행의 철폐를 강조하면서 안전 분야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국민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7월 22일 2기 내각 첫 국무회의에선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이번 정부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8월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을지국무회의에서도 “당장 급한 것은 예비비를 사용해서라도 연내에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 “많은 안전장치를 해도 사람이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등은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각종 안전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재까지 실행에 옮겨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정부가 지난 6월 11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4개월이 지난 현재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안전처(국가안전처에서 명칭 변경) 신설, 안전행정부 축소, 해경 해제 등 내용을 담은 만큼 개정이 이뤄져야 안전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 주체가 명확해지는데 현재로선 공중에 뜬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이 법안은 특히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세월호법 합의 여하에 따라 장기 표류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동시에 추진 중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과 ‘국가안전 대진단’ 역시 이런 과도기적 체제에서 얼마나 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국무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이 향후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관리해야 할 안전 분야의 위기상황 매뉴얼을 통일하고 서로 맞지 않는 안전관리체계를 통합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책을 만드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안행부 재난관리본부가 이를 맡아 계획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법에 따라 조직이 축소 또는 이관될 부처가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어 신속하게 일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또 국가안전 대진단을 위해 부처별로 위험요소 및 점검대상 등을 제출받고 있지만 안전매뉴얼과 위험시설 등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현재 상당수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른 것이 많고 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제도와 안전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남혁상 신창호 기자 hsnam@kmib.co.kr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대통령이 “안전분야 혁신” 그렇게 외쳤건만 실행은 ‘…’
입력 2014-10-21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