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에서 환풍기 추락사고가 나자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 이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다짐했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 또다시 의외의 초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한 달쯤 지난 5월 19일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안전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천명했다.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의 안전기능을 통폐합해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국민 여러분과 재난안전 전문가들의 제안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니 마스터플랜이 나올 리 만무하다. 위정자들의 직무유기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큰 책임은 박 대통령한테 있다. 국민들에게 그토록 강한 어조로 약속을 했으면 열일 제쳐두고 조직개편을 서둘러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은 7월 초 대통령 생각과 상당히 다른 내용의 개편안을 내놨다. 국가안전처가 아니라 국가안전부를 신설해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다 보니 안전 관련 부처는 수개월째 하나같이 어수선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장래가 불안정한 직원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대형 안전사고 대응 불능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과 야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두 차례의 총리 인선 실패와 세월호 특별법 논란 등으로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대통령 비서실과 집권 새누리당을 독려해 야당 설득에 나서야 했다. 정무수석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니 무얼 바라겠는가.
새누리당 책임 또한 작지 않다.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함에도 남의 일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야가 지난주 세월호 특별법, 유병언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했지만 야당과 달리 여당은 정부조직법 협상 파트너조차 정하지 못했다.
여야가 금명간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 착수한다 해도 약속대로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양경찰청 해체 여부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정부조직은 어떻게 결정하든 장단점이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에 당리당략만 버린다면 타결이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정부조직은 행정부를 책임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법을 개정해 안전체계를 서둘러 정비하는 일이다.
[사설] 안전시스템 담은 정부조직개편안 5개월째 발 묶여
입력 2014-10-21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