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로 건설된 교량과 터널 등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재협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MRG는 민간자본으로 지은 시설이 운영에 들어갔을 때 실제 수입이 추정 수입보다 적으면 사업자에게 약정한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민자 유치를 위해 도입했으나, 정부 재정에서 적자보전금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부산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당초 예상했던 부산항대교의 통행량에 비해 실제 통행량이 적어 부산시의 MRG 부담 비중이 가중되고 있다”며 “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항대교 MRG 기준 통행량은 계획통행량 4만9838대의 80%인 3만9870대이지만 지난 7일 개통 이후 하루 평균 교통량은 2만여 대 수준”이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잘못된 계획통행량으로 인해 시는 올해만 최소 35억원, 내년에는 140여억원의 재정보전금을 시민 혈세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항대교와 함께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을숙도대교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하고 있다.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을숙도대교 등 3개 유료도로의 경우 내년에 109억원, 2016년 135억원, 2017년 166억원, 2018년 181억원 등을 시민혈세로 부담해야 한다.
한편 마창대교의 경우도 자본 재구조화를 두고 경남도와 운영사업자인 ㈜마창대교가 갈등을 빚고 있다. 경남도가 131억원의 MRG 재정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자 운영사업자가 국제중재를 신청해 놓고 있다.
㈜마창대교는 “실시 협약에 따라 경남도는 통행료 수입 보전금 110억원, 통행료 미인상에 따른 차액 보전금 21억원 등 131억원을 지난 2월까지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MRG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가대교의 자본재구조화를 이끌어 냈듯이 민간사업자와 보다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거가대교의 경우 최근 MRG 방식을 SCS(비용보전) 방식으로 변경했다. SCS 방식은 투자금과 운영비용에서 운영수입을 뺀 만큼의 금액만을 보장하는 것으로 거가대교는 자본 재구조화를 통해 5조원 이상을 절감하게 됐다.
부산·경남=윤봉학 이영재 기자 bhyoon@kmib.co.kr
혈세 ‘블랙홀’ MRG, 재협상 요구 봇물
입력 2014-10-21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