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발행하는 30만원과 50만원짜리 고액 상품권 발행 규모가 1년 새 배로 불어났다. 특히 50만원 상품권은 발행액이 지난 4년 새 9배로 폭증했다. 게다가 올 3분기 5만원권 화폐의 회수율이 20% 밑으로 하락해 지하경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상품권은 한국은행의 통화량 산정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도 구매자와 사용자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고액 상품권은 각종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내수 진작에는 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당국이 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사가 발행한 50만원 상품권은 365만4000장으로 전년의 157만4000장에 비해 132.1% 늘었다. 액면가로는 1조7250억원이 넘는 돈이다. 공사가 상품권 발행업체로부터 위탁받아 찍어내는 종이 상품권 전체 규모도 매년 25%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8조2794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종이 상품권 발행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상품권 발행 기업들로선 자금을 앞당겨 끌어 쓸 수 있는 데다 신규 매출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내수가 부진하면서도 상품권 발행이 급증하는 이유다.
그러나 고액 상품권을 누가 사고, 누가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리베이트, 뇌물 등 불투명한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5만원권 지폐가 좀처럼 환수되지 않으면서 뇌물 등에 이용된다는 추측과 무관치 않다. 1억원의 뇌물을 전달할 때 5만원권 지폐 2000장이 필요한 반면 50만원짜리 상품권은 200장만 있으면 된다. 고액권 화폐를 사실상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상품권 흐름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고액 상품권 발행 전에 등록을 의무화하고, 상품권 발행기관으로 등록된 기업은 고액 상품권의 발행과 회수 정보를 주기적으로 당국에 통보하게 해야 한다. 고액 상품권 규제가 내수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부패행위와 지하경제를 키워서 성장률을 높이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설] 50만원 상품권 급증, 지하경제 부추길 일 있나
입력 2014-10-2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