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죽음이 다가오면 허둥대면서 인생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합니다. 죽음을 아는 사람은 죽음이 올 것을 미리 대비합니다. 시험을 치를 때 마감시간이 있음을 아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무한정 허락되는 것이 아닙니다. 종을 치는 시간이 있음을 알면서 문제를 풀 때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67쪽)
죽음에도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느 사람치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좋아할까.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수많은 사건사고, 사망 소식에 연일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말만 들어도 괜스레 두렵고 슬퍼지는 조락의 계절이다. 이 책은 언제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롭게 조명하도록 도와준다. 1999년부터 학생들에게 삶과 죽음,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해온 장경철(서울여대) 강진구(고신대) 교수가 그간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슬픔과 어둠의 이미지로 덧입혀진 죽음을 성경적으로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저자들은 죽음을 시험 치를 때의 ‘마감시간’으로 비유한다. 인생이란 시험에서 마감종이 울릴지 예상치 못하고 앞부분의 문제들만 끼적이다가 낭패 짓는 수험생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마감시간이 있음을 알고 시간을 보면서 침착하게 문제를 풀 것인가.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무엇이라 쓰일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쇼의 대답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고민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죽음은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다. 아무도 죽음을 비켜갈 수 없다. 저자들은 죽음이 우리에게 축복의 계기가 된다고 역설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부여된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우리에게 맡겨진 일과 사람들의 소중함도 가르쳐 준다고 한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새로운 감각을 소생시켜 준다. 동시에 은혜 의식을 회복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해준다. 무엇보다 우리 인생의 기초와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인간이 쌓는 물질의 허무를 넘어서 영혼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도와준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이렇듯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서 용납받는 영혼이 되는 결단에 이르게 한다. 이것이 죽음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저자는 임종의 길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삶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고(故) 김준곤 목사의 책 ‘영원한 첫 사랑과 생명 언어’를 보면 딸의 죽음을 용납할 뿐 아니라 죽음을 새로운 희망의 계기로 승화시키는 김 목사를 볼 수 있다. 첫째 딸 신희는 만 29세를 일기로 두 딸과 남편을 남긴 채 1982년 세상을 떠났다. 김 목사는 큰딸의 죽음으로 시집식구들이 복음으로 하나된 것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며 부활의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김 목사는 고백한다. 이렇듯 가족, 친구, 주변인의 죽음을 겪고 나서야 남의 일 같았던 죽음이 내 사건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순서)를 작성해보자. 버킷리스트는 죽음 준비 교육 중 하나로 ‘행복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매일 8만6400초, 곧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밑천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삶이 바뀌게 된다. 나에게 5분의 시간이 남아있다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며 그 일을 지금 해보자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시작이다. 저자는 화해를 위해 용서를 구하거나 베풀면서 삶의 마지막 여정을 맞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인생 가운데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고 그동안 범했던 죄를 회개해 보자. 그리고 함께 지냈던 이들과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죽음에 대해 생각하라! 삶이 풍요로워진다
입력 2014-10-22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