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 '불우했던 천재작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등 10년간 2000점의 그림을 그린 그의 삶과 예술은 신비주의로 포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는 30일 개봉되는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몇 가지 의문을 중심으로 명작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는 영화다.
◇생전에 단 한 작품만 팔렸다?=고흐가 살아 있을 때 팔린 유일한 작품은 ‘붉은 포도밭’(1888)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를 거쳐 아를로 이주해 그린 이 작품은 동생이자 후원자인 테오에게 감사의 선물로 건네졌다. “비가 내린 뒤 석양이 땅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포도 잎을 와인처럼 붉게 물들일 때 그린 것”이라는 편지와 함께. 영화는 이 과정을 리얼하게 재현한다.
붉은 빛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그림은 벨기에의 인상주의 여성화가 안나 보쉬가 당시 400프랑(약 140만원)에 구매했다. 고흐와 테오는 그림 판매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었다. 이 작품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슈킨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이후 주변인들의 초상화를 자주 그린 고흐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이를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유일한 전시회는 술집이었다?=길거리 여인 시엔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 고흐는 아버지와 동생의 극심한 반대로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몽마르트 언덕에 위치한 카페 ‘르탱부랭’의 주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를 만난다. 그녀를 모델로 ‘카페에서, 르탱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를 그렸다. 세가토리는 고흐에게 그림을 전시할 공간을 내주었지만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
영화는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고흐의 연인들을 통해 그의 명작들을 소개한다. 여인들은 위대한 화가 고흐의 내면과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전한다. 고흐가 평소 느꼈던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유일한 전시가 열린 카페는 술집이라는 것보다는 그의 예술세계를 처음 선보인 공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갱 때문에 귀를 잘랐다?=고흐는 끝없는 불운과 정신질환 속에서도 다른 화가들과 함께 예술가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고갱과 함께 살며 그림을 배웠다. 두 화가는 같은 주제로 각기 다른 작품을 그리며 영향을 주고받지만 동거한 지 두 달 만에 크게 다투게 되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그 이면에는 평소의 콤플렉스 같은 게 작용했다.
고갱 외에도 고흐에게 영향을 미친 화가는 밀레다. 고흐는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이삭줍기’ ‘만종’ 등을 모사했다. 고단한 노동자 계급을 그린 밀레의 영향으로 초기 걸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남겼다. 고흐는 이 그림을 가족에게 보여주지만 어둡고 흉하다는 이유로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고흐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영화는 타살 의혹에 대해서도 시선을 던진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명화들=‘자화상’을 비롯해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반 고흐의 방’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아몬드 나뭇가지’ 등 고흐의 인상주의 대표작들이 영상으로 등장한다. 명작에 얽힌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곁들여져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흐의 여인과 가족 관계 등 새롭게 조명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 고흐를 연기한 바리 아츠마(42)는 영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다. 고흐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원래 목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고흐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부터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연기했다. 네덜란드 감독 핌 반 호브가 메가폰을 잡았다. 116분. 12세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천재화가 파란만장 삶과 명작 탄생의 비밀… ‘반 고흐:위대한 유산’
입력 2014-10-22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