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영부인과 기숙사

입력 2014-10-21 02:10

영부인(令夫人)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대통령의 부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영부인 논란이 뜨거웠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원룸 임대업자 등의 모임인 연대·이대 기숙사건립대책위원회 한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화여대 같은 경우에는 졸업해서 장관급 이상 부인되는 분, 영부인 된 분들이 좀 많아요? 그 사람들 공부할 때는 그렇게 어렵게 자취나 하숙해가면서 공부하더니 이제는 학교 재정이 커지니까 돈 있다고 아무 데다 막 때려지으면 안 되잖아요”라며 불씨를 지폈다. 연대와 이대가 기숙사를 짓는 바람에 서울 신촌의 원룸 임대업자와 하숙집 주인들이 생계에 타격을 받는다는 상황을 말하면서 뜬금없이 ‘영부인’을 내세웠다. 이후 SNS에는 “웬, 영부인” “영부인도 싫다. 값싼 기숙사를 다오” “오죽하면 그러겠나” 등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쾌적성, 근접성 특히 여학생들에게는 안전성까지 담보하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렇지만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의 경우 수요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33.8%에 그쳤다. 연대는 21.6%, 이대는 8.4%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기숙사는 수급이 이슈였다. 대학들이 많이 지어 학생들의 주거 불안정을 해결해야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3조6000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기숙사에 무관심한 대학들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이제 대학만의 현안을 넘어서고 있다. 학생의 주거 문제에서 벗어나 대학가 주민과 상권의 갈등 양상까지 더해졌다. 물론 ‘주민 생존권’에 비해 ‘학생 주거권’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다고 인근 주민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영부인’ 운운은 지나치지만 대학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이들의 역할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학 당국이 이들의 불만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