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에볼라 막아라!” 경제 통로까지 차단되나… 미국 뚫리며 공포감 확산

입력 2014-10-21 02:15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16일 "에볼라 바이러스가 조기에 제압되지 못하면 내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326억 달러(약 35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 우리가 찾아가기 힘든 서아프리카 오지의 세 나라에서 시작된 질병이 글로벌 경제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에볼라'의 경제학=에볼라가 초기에 창궐하기 시작한 서아프리카 지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주 피해지인 세 나라의 인구는 모두 합쳐 2100만명 정도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구매력평가(PPP) 기준 580∼134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40년 전 처음 발견된 에볼라가 이 지역에서는 간간이 발생해 왔어도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도 이 탓이다. 그 지역에 한정돼 그 지역에만 피해를 주는 아프리카 풍토병 정도로 취급됐던 것이다.

그런데 2014년 현재 에볼라는 전 세계에 공포감을 형성하고 있다. 치사율 70%를 넘는 에볼라가 그 세 나라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향력이 가장 높고 개방된 나라인 미국 본토에 상륙한 데 이어 추가 감염자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가 적절히 통제되지 못할 경우 최대 감염자 수가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감염병과 경제의 연결 고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는 가장 큰 요소는 경제에 있는데,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경제의 연결통로를 닫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항공업계, 여행업계 등이 직격탄을 받는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이미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항공 운송 정보 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서아프리카로 연결된 항공편 운항은 64%나 급감했다. 브리티시항공, 델타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이들 지역에 연결된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면서 주가도 떨어졌다. 각국 공항의 입국 심사도 매우 높은 강도로 강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해외여행 자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에 휘둘리는 금융시장은 지난주 미국에서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뉴욕타임스는 "월가가 앞으로 현실화될 에볼라 피해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미한 경기회복세에 찬물 우려 높아=가장 큰 두려움은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현 시점에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데 있다. 얼마나 많은 국가에 확산되는지에 따라 그 피해 규모는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마빈 바스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들까지 확산될 경우 그 타격은 지난 2003∼2004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자산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테일리스크(Tail Risk)'"라고도 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7일 "에볼라에 대한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다"면서 "국제적인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에볼라가 세계 경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은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확장적 경제정책을 쓰며 돈을 풀고 있는 시기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 '미미한 회복세' 불씨마저 꺼뜨릴 경우 세계 경기가 다시 반등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경우 하방 압력으로 9·11테러 때와 같은 경기침체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03∼2004년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사스의 경우 당시 홍콩과 중국 경제가 크게 피해를 입긴 했지만, 이후 경기 회복세를 타고 바로 성장률 등을 회복했다.

다만 에볼라 피해가 현 시점에서 더 확산되지 않고 진정될 경우 피해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은 있다. 세계은행은 에볼라가 잘 진압될 경우 피해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16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