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일본 도쿄 중심가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는 인파로 붐볐다. 야스쿠니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 등 모두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전범(戰犯) 신사’이자 ‘우익의 해방구’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17일부터 20일까지 야스쿠니 추계예대제(가을 제사)가 열리면서 참배객은 더 많았다. 가을 제사 때는 주말의 경우 3000∼4000명이 찾는다고 신사 측은 설명했다. 폐전일인 8월 15일에는 20만명가량이 온다고 한다.
이날은 일왕의 칙사가 방문했다. 칙사가 본전으로 들어간 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과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문제담당상,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 등 각료 3명이 참배했다. 지난달 3일 아베 총리가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한 각료가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아베 총리가 공물을 사비로 보내고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국회의원 110여명도 집단 참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 정부가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각료들이 또다시 참배를 강행한 것이다. 한·일 관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신사 관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등이 주최한 포럼 참석차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전범 분사 문제와 관련해 “영혼을 어떻게 분사하느냐. 분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경내의 전쟁박물관 유슈칸에서는 이른바 ‘대동아전쟁 70년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슈칸은 야스쿠니가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곳이다. 신사 관계자는 “전쟁기념관은 어느 곳에나 다 있다”면서 “각자 자국의 생각이 있겠지만 전쟁과 관련된 각 나라의 기념관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신사 정문에서는 우익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도쿄=글·사진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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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단체 ‘고노 담화 철회’ 서명 운동
입력 2014-10-20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