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항만경비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주무대로 간첩선 등 북한 선박 침투를 감시하는 군함으로, 신속함이 생명이다. 고속정(150t)에 비해 훨씬 가벼운 50t급으로 저수심 지역의 경비를 맡는 함정이다. 그런데 이런 항만경비정이 물탱크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조원용 식수와 생활용수 무게 때문에 신속기동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19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의 항만경비정 14척이 해군 ‘작전운영성능(ROC)’에 명기된 최대속력으로 기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경비정이 ROC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방사가 이 경비정의 작전 단위를 ‘1일 운영’에서 ‘1주일 운영’으로 바꾼 데서 비롯됐다. 원래 하루 단위로 승조원 15명을 태우고 출항과 귀항을 반복하며 활동하도록 설계된 항만경비정을 1주일씩 해상에 머물도록 한 것이다. 매일 실어야 할 보급품과 식수 등을 한 주에 한 번 보급받으니 한꺼번에 많은 양을 적재해야 한다. 원래 적재량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싣게 되니 당연히 운항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방사는 1998년 1주일 단위로 운영개념을 바꾼 뒤 모든 항만경비정에 1t짜리 물탱크 2∼3개씩을 설치했다. 승조원들이 사용하는 식수와 생활용수를 배에 가득 실으면서 기동력은 곤두박질쳤다. 감사원은 2012년 4월 이를 지적하고, 물탱크 대신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조수기 설치 등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해군은 조수기 성능시험에 나섰지만 문제는 또 발생했다. 이 지역은 다른 바다에 비해 해수의 모래 함유량이 많고 수심도 낮기 때문이다. 조수기는 수심 10m가 넘지 않으면 모래가 유입돼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방사를 제외한 나머지 함대들은 전부 항만경비정의 작전시간을 1일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1함대와 3함대, 진해기지사령부 등이 모두 그렇다.
서해는 북한 선박이 가장 빈번하게 우리 해역을 침입하는 지역이다. 이런 해역에서 우리 항만경비정들은 제대로 작전수행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또 승조원들은 겨울에는 물탱크 속 물이 얼어 열선으로 녹여가며 사용하는 열악함을 견뎌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인방사 소속 고속경비정 함정 승조 병사 170여명이 10개월째 컨테이너에서 숙식해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안 의원은 현재 1주일 단위인 경비운영 개념을 최대한 단축할 것과 인방사의 작전 환경에 맞춘 신규 함정 도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서해 최전선 NLL 경비를 맡은 항만경비정이 제 역할을 못해 국가안보에 큰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1990년대 후반 수립됐던 경비운영 개념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물탱크 탓… 서해 항만경비정 기동력 뚝
입력 2014-10-20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