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판교테크노밸리 붕괴 사고 원인인 환풍구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고 설치 규정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환풍구 관련 법규를 조속히 마련하고,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각 시·도는 사고가 난 뒤에야 환풍구 설치 현황을 파악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9일 “건축법에 환풍구를 반드시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의 두께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며 “현장에서 시공사 등이 관련 기준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의 규정만 있을 뿐 환풍구 철제 덮개의 강도나 안전펜스 설치 등 안전 관련 내용은 없다. 국토부는 사고 다음날인 지난 18일 시·도 등 관계기관에 환기 구조물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1∼9호선 주변 2418개, 전기통신·상하수도 공동구 252개, 공용 및 민간 지하주차장 110개 등 공공시설에 딸린 환풍구가 총 2780개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파트나 상가, 대형마트 등 공동주택이나 민간 다중이용시설에 딸린 환풍구 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풍구만 따로 등록해서 관리하고 있지 않아 전수조사를 해봐야 전체 환풍구 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나 지하상가 등 큰 건물은 대부분 환풍구가 있기 때문에 서울시내 환풍구 전체 숫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른 시일 내 민간시설을 포함한 환풍구 전수조사를 통해 시설 상태와 안전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시설 환풍구도 현황 파악은 되지만 시설에 따라 관리부서가 다르고 기준도 제각각인데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내 환풍구 덮개의 하중 지지력의 경우 시설물 유형과 설치장소별로 높이, 형태, 크기 등이 달라 이를 따로 규정하는 법규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 붕괴사고처럼 화단 등 지면에서 솟아올라 있는 환풍구에 대해 덮개의 내하중 기준을 마련하고 접근차단시설 설치, 위험안내표지 부착 등 안전관리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뒤늦게 실태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산시는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환풍구 일제 점검에 들어간다. 광주시는 지하철 1호선 주변 도로에 설치된 환풍구와 도로, 공원, 광장에 설치된 환기 구조물에 대해 1차 안전점검을 벌인 뒤 종합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판교 공연장 참사] 환풍구 안전기준 없고 설치규정도 제각각… 예고된 붕괴
입력 2014-10-20 03:29 수정 2014-10-20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