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 벌이던 김무성-최경환, 지난 8일 비공개 독대… ‘경제’ 의기투합

입력 2014-10-20 03:18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만났다. 집권여당의 ‘넘버 원’과 박근혜정부 경제수장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진 것이다. 두 사람이 여당대표·경제부총리로 몸값이 오른 뒤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는 여러 번 만났지만 비공개 독대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경제 활성화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도 있는 두 거물이 박근혜정부 경제정책 성공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경제 활성화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김 대표와 최 부총리가 국가재정 건전성을 놓고 가벼운 설전을 벌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부총리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인 ‘최노믹스’에 대해 김 대표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양측 모두 회동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 측은 19일 “언론에서는 두 사람이 경제정책을 놓고 싸운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회동은 최 부총리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주된 화제는 최노믹스였다. 최 부총리가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새누리당이 더욱 주도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국가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빚을 안 지고 경기를 살릴 수 있으면 베스트”라고 전제한 뒤 “빚을 내서 국가 재정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책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노믹스가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최 부총리의 설명을 주로 들었다고 한다.

두 여권 거물의 만남에 정치적 해석도 분분하다. 양측은 정치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서 정치 얘기를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했겠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욱이 최 부총리는 김 대표와 껄끄러운 친박(친박근혜) 주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당청 관계나 여권 내 계파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만남을 갖고 여권의 큰 흐름을 조율해온 것도 이런 추측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5월 말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부산에서 비밀리에 만나 김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한 사람도 최 부총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총리직을 고사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대권 레이스가 불붙기 전까지는 두 사람이 전략적으로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의원은 “이번 회동이 경제 문제는 물론이고 당내 계파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회동 날짜를 지난 8일로 잡은 것은 두 사람 모두 해외 출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베이징·상하이를 방문했고, 최 부총리도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미국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김 대표와 오찬회동을 가진 직후 미국 출장을 떠난 셈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