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는 두 가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취임하자마자 당을 순식간에 장악하며 ‘강력한 여당 대표’의 존재감을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서는 아직 확실한 모습이 없지 않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그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군대 내 가혹행위 등 취임 후 터진 여권 악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취임 직후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재보선을 압도적 승리로 이끌었고, 세월호 협상 국면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 ‘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이 터졌을 때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당 대표실로 불러 호통치며 자칫 여권으로 향할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수 혁신에 앞장선 것도 큰 호평을 받았다. 김 대표로 인해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보다 혁신 의제를 선점했다. 김 대표는 차기 대권 경쟁자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삼고초려 끝에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데려오며 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도 받았다.
그러나 ‘김무성표’ 리더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의 불협화음,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 추진 미진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당내에선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조 친박’을 자임했던 김 대표는 “이제부터 친이·친박은 없다”며 계파 청산을 외쳤다. 그러나 최근 친박 주류의 불만은 높아지는 양상이다. 보수혁신위 구성을 놓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최근엔 원외 당원협의회 당무감사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홍문종 전 사무총장 등이 ‘조직적 친박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지난주에는 중국 방문 도중 ‘개헌 봇물’ 발언으로 정국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할 시점에 개헌론은 블랙홀”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집권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개헌논의 불가피성을 설파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지만 당 일각에선 “지금까지의 성과를 까먹은 것 아니냐”는 혹평이 나왔다.
여론조사상으로 김 대표 100일에 대한 평가는 일단 나쁘지 않다. 수 주째 차기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과가 많지만 여론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준 셈이다.
김 대표는 ‘조용한 취임 100일’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측 핵심 인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끌벅적하게 하지 않고 기자간담회와 의미 있는 외부 행사 참석 정도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말까지 전체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당원교육에 당 안팎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김무성 체제’ 굳히기 포석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김무성 대표 취임 100일… 黨 장악 존재감 확인 성공, 계파 갈등·개헌 논의 숙제
입력 2014-10-20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