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성공한 이유는 시대가 가장 갈급해하는 것을 해소해줬기 때문이에요. 연극 ‘나는 너다’의 안중근 정신을 통해 관객들이 위로받고 다시 앞으로 나갈 소망의 자락을 잡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3년여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겸 제작·연출자 윤석화(58). 2011년 연출작 ‘나는 너다’를 들고 온 그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에 위치한 공연장 정미소에서 만났다.
다음 달 27일 막을 올리는 연극 ‘나는 너다’는 독립운동가 안중근(1879∼1910)의 삶을 소재로 했다. 인간 안중근의 고뇌와 그의 아들 안준생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안중근과 안준생은 부자관계인데도 역사 속 반대 방향에 서있었다. 영웅인 아버지를 두고 평범하게 살 수 없던 안준생은 살아남기 위해 일본에 굴복했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한국을 방문,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위패 앞에서 아버지의 저격을 사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화는 이 같은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누가 안중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누가 안준생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관객들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함축적으로 담아 초연 때부터 호평을 받았다. 윤석화는 이 작품을 준비했던 2010년 제작진들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대련, 여순 등을 돌며 안중근의 궤적을 쫓아다니는 열정을 보였다. 2010,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리는 이번 무대를 두고 그는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인데 어렵다. 과하지 않게 관객이 행간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중근이라는 인물과 이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열정이 넘쳤고 뜨거웠다. “단순한 영웅의 이야기보다 영웅을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할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굳게 말했다.
윤석화는 그간의 활동 공백 기간 중 활기를 잃은 연극계에 대한 소회도 남겼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연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하겠다. 작품을 통해 세상이 시끄러워 졌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고 털어놨다.
안중근과 아들 안준생 역할은 배우 송일국(43)이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는 박정자(72)와 예수정(59)이 더블 캐스팅됐다. 12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5만∼10만원(02-3672-3001).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나는 너다’로 3년여 만에 연극 무대 돌아온 윤석화 “안중근 이야기 통해 소망의 자락 잡았으면…”
입력 2014-10-21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