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16일 취임 일성으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던 대로 그간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41조원 정책 패키지'로 시장에 돈을 풀어 한여름 뜨겁게 증시가 반응하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 집값 띄우기를 시도하며 논란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은 필요했다"고 평가했지만 정책 상당수가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한 '물가 올리기'에 맞춰 있어 거품이 꺼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높았다.
◇돈 풀기는 필요했지만…=새 경제팀이 지난 3개월간 쏟아낸 정책은 한마디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주기 위한 ‘돈 풀기’ 전략이었다. 취임 초기 시장에 41조원을 푼다는 정책 패키지와 기업 배당을 늘리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이 쏟아지면서 시장도 화답했다. 반응이 빠른 주식 시장은 지난 7월 30일 2082.61포인트까지 오르며 해묵은 박스권 돌파도 시도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19일 “새 경제팀이 취임 이후 내놓은 정책들은 일단 경제 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근로소득 증대세제 등에 대해 “경기 침체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계 소득을 늘리는 등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경환호’ 긴급 처방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엔저, 달러 강세 등 악재가 이어졌다. 2000포인트를 넘던 코스피는 지난 17일 1900.66포인트로 고꾸라졌고, 살아날 기미가 보이던 부동산 시장도 활력을 다시 잃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 여건이 안 좋다보니 최 부총리의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물가 띄우기 정책’=게다가 경기 부양책 상당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소비세인상 정책처럼 사실상 ‘물가 띄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위적 물가 올리기는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집값 상승, 정부 지출 확대 등은 가격 상승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담뱃값 2000원만 올라도 소비자물가가 0.62% 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화 가격이 높아지면 세수가 느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최 부총리도 최근 “국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이 지난 3년 내리 3%대였는데 그러면 아무 이유 없이 세수가 10조원가량 빠진다. 경상성장률 6% 정도는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올리기 정책이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인위적으로 물가만 올린다면 거품이 꺼진 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장기적으로 내수를 어떻게 살리고, 임금은 어떻게 높일지 구조 개혁적인 측면의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장의 부양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부문장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 개혁을 위한 법 통과를 위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woody@kmib.co.kr
[‘최노믹스’ 100일] 돈 풀기 처방 ‘반짝 효과’… 대외 악재에 ‘약발 반쪽’
입력 2014-10-20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