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씩 몰리는 행사·공연 수시로 열리는데… 들쑥날쑥 ‘광장사용 조례’가 참사 불렀다

입력 2014-10-20 02:21
세월호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어이없는 안전사고로 국민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 주변에 19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성남=구성찬 기자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광장 사용 조례가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남시는 사고 직후인 18일 “조례에 따라 일반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관리·감독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는 일반광장 행사라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에 산재한 광장에 대해 용도별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남시는 2011년 ‘성남시 경관(景觀)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경관광장’으로 분류된 곳은 사용일로부터 60∼7일 전까지 사용신고서를 제출해 허가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몰’ 야외광장은 ‘일반광장’으로 분류돼 별도의 허가 규정이 필요 없다. 성남시 관계자는 19일 “경관광장은 사용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와 질서유지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 행사라도 개최 장소가 일반광장이라면 지자체는 감독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성남시 소방 당국은 지난 10일 경기과학기술진흥원으로부터 행사와 관련한 안전점검 협조 공문을 받고도 사전 점검하지 않았다. 행사장이 소방안전점검 규정상 점검 대상이 없는 소규모 야외광장일 뿐더러 사고 당일 대규모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광장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통광장’ ‘일반광장’ ‘경관광장’ ‘지하광장’ ‘건축물부설광장’으로 나뉜다. 일반광장은 ‘다수의 집회·행사·사교 등을 위한 광장’이며 경관광장은 ‘하천, 호수, 사적지, 산림이나 역사적·문화적·향토적 의의가 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광장’이다. 하지만 해당 법령에는 광장 내 행사와 관련된 신고·허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지자체별로 따로 조례를 운영하다 보니 관리·감독 체계도 지자체별로 제멋대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를 보면 광장 사용과 관련해 지자체가 제정한 조례는 35건이다. 각 조례의 형태와 내용은 제각각이다. 이 중 경관광장을 별도 지정해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성남시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광장의 종류와 상관없이 구체적인 광장별로 조례를 제정해 관리·감독한다. 서울시의 경우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세운초록띠광장’에 대해 각각 조례를 만들어 관리한다. 이들 광장에서 행사를 열려면 시장에게 사용신고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산시 또한 ‘송상현광장’과 해운대구 ‘잔디광장’에 대해 따로 조례를 제정, 해당 광장의 행사에 대해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창원시 또한 ‘창원광장’에 대해서만 조례를 만들어 허가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 성동구 또한 관내 광장을 사용하려면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리시는 2010년 ‘구리시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잔디광장’에 대해서만 사전에 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이 경우 관련 규정이 없는 광장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다. 안성시의 경우에는 시내 모든 광장 행사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운대 건축설비소방학과 최윤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축법 등에 각 광장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어 따로 조례나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용도별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관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조성은 전수민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