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노믹스’ 100일] 고꾸라진 증시… 공포지수 치솟아

입력 2014-10-20 04:45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노믹스가 성공하면 코스피지수가 올해 2200, 내년 2500을 넘을 것”이라는 식의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 1일 2000선 밑으로 떨어진 코스피는 ‘ATM코리아’(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인출) 현상이 재연되면서 아래로만 내달려 1800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코스피의 급전직하에 따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연일 올라 지난 17일 18.65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6일(20.32)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크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주요국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도 일제히 치솟았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5일 26.25로 2012년 6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 변동성지수도 16일 31.52로 뛰어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변동성지수도 17일 30.07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달 들어 한국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중에서 가장 컸다. 17일 코스피는 지난달 말 종가에 비해 6.21% 떨어졌는데 이는 대만(-5.00%) 싱가포르(-3.71%) 필리핀(-3.61%) 태국(-3.60%) 말레이시아(-3.14%) 인도네시아(-2.20%)보다 하락폭이 크다.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 하락률도 한국 원화가 2.06%로 나머지 6개국을 큰 차이로 압도했다. 말레이시아 링깃과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싱가포르 달러는 1% 미만으로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0.32%)와 대만 달러(0.10%)는 상승했다.

코스피 급락으로 올 들어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에 비해 지난 17일 종가가 40% 이상 떨어진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28개로 집계됐다. 증자나 감자 등으로 상장주식 수가 변했거나 매매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제외한 수치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사실상 코스피 하단이 열려 있는 상황이어서 지수가 지난해 말(2011.34)보다 높은 수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증시 활성화 대책도 시장의 기대가 큰 ‘증권거래세 인하’가 빠질 가능성이 커져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한편 17일 코스피의 장중 1900선 붕괴를 가져온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 2.0’ 리스크는 진정되는 국면이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17일(현지시간) 오후 급락세로 돌아섰고 아테네 증시도 7% 급등해 폭락장에서 벗어났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