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결정 다행”… 한국교회, 동성애 관심 확산엔 경계

입력 2014-10-20 02:49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에서 ‘동성애자 포용’ 관련 언급이 삭제된 데 대해 한국교회는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동성애에 관한 국제·사회적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교계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국장은 19일 주교 시노드의 (동성애 언급 삭제) 결정에 대해 “성경에 근거할 때 정당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이와 관련된 사안으로 신앙인들에게 혼란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애에 대한 옹호나 수용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볼 수 있으나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나 차별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을 위한 교회의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성애 반대’ 운동을 줄곧 펼쳐오고 있는 교계 안팎의 단체들도 주교 시노드의 결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교분리와 윤리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시국대책위’ 사무총장 박종언 목사는 “성경을 기초로 한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생명윤리의 근간을 흔드는 죄악”이라면서 “결혼과 가족제도 등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교계와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등 한국교회 최대 교단들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장합동 전 총회장인 서기행 목사는 “(동성애는) 창조질서는 물론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뤄진 가족 구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무서운 죄”라며 “개신교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성경은 동성애를 ‘부끄러운 일(롬 1:27)’ ‘가증한 일(레 18:22)’ ‘불의한 일(고전 6:9)’ 등으로 표현하며 창조질서에 위배되는 패역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교계 차원의 대응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임보라(여·섬돌향린교회) 목사는 “(동성애 사안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한 생명의 존엄성을 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신교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목회 지침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며, 교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하는지 공식적인 논의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김영한 기독학술원장은 “민주적 관용성을 앞세워 동성애를 인정한다면 한국사회가 자유방임적 퇴폐주의로 빠질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강경한 대처를 주문했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동성애문제대책위 김규호 목사는 “동성애 문제는 인권보다는 보건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회와 성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폐해 바로 알기’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 동성애 포용 문구에 대한 찬성이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머지않아 가톨릭이 동성애자들을 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교회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재찬 진삼열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