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의 처방이 벌써 한계를 드러낸 걸까. 한동안 요란했던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고 있다. 9·1 부동산 활성화 대책 이후 집값 상승을 이끌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가 꺾였고, 이달 초까지 활발하던 일반 아파트 매매거래도 줄었다.
부동산114가 최근 조사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05% 오르는 데 그치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률은 지난달 5일 0.09%에서 19일 0.15%로 급등한 뒤 3주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이 수치가 지난 10일 0.08%로 거의 반 토막이 난 데 이어 더 축소된 것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 매매가 상승률은 3일 0.20%에서 10일 0.01%로 뚝 떨어졌다가 17일 0.12%로 다시 커졌다. 일반 아파트는 같은 기간 0.14%에서 0.09%, 0.05%로 2주 연속 크게 하락했다.
서울 재건축 단지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좀처럼 추격 매수가 붙지 않고 있다. 재건축 이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와 반포동 한양아파트 등은 최근까지 활발했던 거래가 이달 들어 거의 사라졌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최근 1∼2주 사이에 매수 문의가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도 조금씩 밀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1대책의 최대 수혜지인 목동 일대도 매도 호가는 높지만 적극적인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신시가지 3단지 공인중개업자는 “아파트 구입에 관심은 있는 듯한데 가격이 많이 오르다 보니 구매 열기는 확실히 식었다”며 “지금은 팔 사람도 금액을 낮추려 하지 않고 살 사람도 비싼 값에는 안 사려고 해 거래 공백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가 나오지 않자 강남권에선 호가를 낮추는 재건축 단지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호가가 이달 들어 2000만∼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이 아파트 시세는 112㎡가 11억3000만∼11억5000만원, 115㎡는 11억9000만∼12억원 수준이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이달 들어 호가가 3000만∼4000만원씩 하락했다.
이들 단지는 대출 부담이 큰 사람 위주로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시세보다 싼 매물이 아니면 안 팔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반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돈암동 한진아파트 79㎡는 약 2주 전 2억4000만원에 팔린 것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없다. 집주인은 오른 가격에 팔려고 하지만 매수자들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집값 오름세 주춤… 규제완화 약발 끝났나
입력 2014-10-2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