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대 악재’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올초부터 자신이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혔던 개헌론은 집권여당 대표가 터뜨린 데다 걸그룹 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건으로 다시 ‘국민안전 책임론’이 불거졌다. 겨우 대화하자고 달래놨던 북한의 행보는 널뛰기를 연상케 한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와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 등 외교적 성과를 내고 귀국했지만, 도착한 지 겨우 하루 만에 또 산적한 국내 현안에 휩싸인 셈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해법 제시에 적지 않은 조율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헌론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조만간 ‘논의 불가’ 또는 최소한 ‘시기상조’ 입장을 다시 피력하며 확실한 선긋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 해외 방문 중 내놨던 ‘개헌 봇물’ 발언은 아직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주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섰지만 당·청 간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로는 박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 대표가 먼저 개헌론 카드를 들었다는 게 여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제 살리기’가 제대로 탄력을 받기도 전에 다른 메가톤급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이 결코 반갑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야당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힘 빼기 전략’으로 개헌 문제를 활용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현재 가장 큰 현안은 경제 살리기”라며 “각종 민생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이뤄지고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발생한 환풍구 추락사고 역시 악재로 여겨진다. 범정부적인 국가안전 대진단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에 사고가 발생하자 청와대는 적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관심 사항으로 안전문제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연일 예측 불가능 행보를 보이는 북한 역시 박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난제다. 이달 초 북한 실세 3명의 전격 방남으로 대화 모드에 접어들 것처럼 보였다가 지난주에는 군사접촉을 둘러싼 남북 간 공방이 오갔다. 그러자 북측의 비난 수위가 다시 높아졌고, 남북관계는 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돌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아셈에서 다시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거론하자, 북측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8일에도 박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도발’이라며 비난했다.
우리 정부와 북한의 이 같은 강온 혼미 기류는 박 대통령이 대외적인 연설을 통해 북한 변화를 촉구할 때마다 반복되는 양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대통령은 ‘대화와 압박’의 일관된 원칙 아래에서 핵,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야 북한이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다시 한번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아셈 성과 쌓고 왔는데… 3대 악재에 朴대통령 ‘시름’
입력 2014-10-20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