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공연장 참사] “다른 친구들은요” 의식찾은 중상자 애타는 동료애

입력 2014-10-20 02:49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사고로 중상을 입은 A씨가 의식을 차린 직후 불편한 손을 움직여 종이에 글을 적었다. 말하기가 힘든 상태인 A씨가 손으로 적은 첫 질문은 동료들의 안부였다. 그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우리가 몇 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사고 이튿날인 18일 오후 A씨가 입원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 한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는 그의 부모와 친지, 동료 1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밤을 샜는지 얼굴이 초췌했다. 이들의 시선은 병실 앞 TV의 사고 속보에 고정돼 있었다. A씨의 직장 동료가 한 구석에서 입을 틀어막고 울고 있었다.

A씨는 18.7m 높이에서 떨어지며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폐에 들어찬 공기를 빼내는 시술을 했지만 혼자서는 숨을 쉬기 어렵다. 기도에 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A씨의 친지는 “다행히 의식은 되찾았지만 말을 하기 어려워 필사(筆寫)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급히 지방에서 올라오느라 옷가지 하나 챙겨 오지 못했다. 20일 나온다는 정밀검사 결과가 좋기만을 기다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 중상자들이 입원한 분당구 일대 병원들에서는 밤새 가족과 동료들의 애달픈 기도가 이어졌다. 생명을 건지긴 했지만 부상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다. 중상자 대부분은 복부 및 장기 손상이 심한 상태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뒤 다른 피해자들이 연이어 몸 위로 떨어지는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일부는 의식을 찾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여전히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병원 곳곳에서 오열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B씨가 입원한 또 다른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는 노모가 창백한 낯빛으로 벽에 기대어 저녁 면회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B씨 어머니는 “장기가 많이 파열돼 출혈이 심했다”면서 “어제는 손발이 차서 많이 걱정했는데 어젯밤에 수술을 받고 오늘은 좀 따뜻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간밤에 위험한 고비는 간신히 넘겼지만 호전 여부는 미지수라고 했다. 어머니는 “제발 살아만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또 다른 부상자의 직장 동료들은 일과를 제쳐두고 병원을 찾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같은 회사의 출입증을 목에 건 채 교대로 눈을 붙이거나 삼삼오오 모여 입원 중인 동료를 위해 기도했다.

온라인의 악성 댓글은 이들에게 두 번째 상처가 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심 없이 사망자·부상자들에 대해 입에 담기도 힘든 폭언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한 부상자 가족은 19일 “본인들 부주의로 당한 사고라는 등 대외적으로 안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명예로운 사고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 눈에 나쁘게 비칠까 걱정스럽다”며 “우리보다 더 아픈 사람들도 있는 와중에 굳이 아픔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성남=양민철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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