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사진으로 마음을 표현해요”

입력 2014-10-20 02:42 수정 2014-10-20 15:18
발달장애인 사진 모임 '사진 속 내 마음'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사 내 갤러리에서 개최했던 '소곤소곤, 사진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시회 풍경. 성민복지관 제공

“하늘, 꽃, 다리…. 보이는 대로 다 찍어요. 사진을 찍으면 뭔가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 들거든요.”

발달장애인 최진규(20)씨는 매주 수요일 서울 노원구 성민복지관에서 열리는 특별한 사진 동아리 모임에 나간다. ‘사진 속 내 마음’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는 지적장애나 자폐 1∼3급인 20대 발달장애인 8명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조작이 어려운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 대신 사용이 간편한 일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다. 매주 2시간여 동안 희로애락 표현하기, 촬영한 사진으로 신문 만들기, 사물 접사(接寫) 촬영 등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마포구 하늘공원 같은 곳으로 전문가들처럼 출사(出寫·사진사가 출장 가서 작업하는 것)도 간다. 최근엔 서울시립 남부장애인복지관에서 시행한 제1회 ‘2014 전국 지적·자폐성 장애인 사진공모전’에도 작품을 냈다. 사회적 경험도 하고 타인에게 작품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24∼30일에는 지난 1년간 촬영한 사진을 모아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소곤소곤 사진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진전도 계획 중이다. 평소 전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사연을 사진을 통해 일반인과 나누겠다는 취지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은정(33·여) 사회복지사는 19일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진은 언어 대신 이미지를 통해 생각을 즉각 표현할 수 있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찍히기만 할 뿐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본 적 없던 회원들이 이젠 가족사진을 직접 찍어주는 등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