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콘서트·행사까지 공연장 사고는 되풀이됐지만 안전은 제자리였다. 올가을 각종 공연을 앞두고 안전사고의 문제는 없을까.
“공연장 사고 일지에 하나 더 추가됐네요.”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참사 소식을 접한 뒤 공연 관계자들이 씁쓸하게 내뱉은 말이다. 이번 사고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공연장 안전사고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19일 한 공연 관계자는 “1992년 ‘뉴 키즈 온 더 블록’ 사고부터 2005년 경북 상주 공연장 사고까지 끊임없이 인명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이후 개선된 것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공연장 사고야말로 안전요원 부족과 예산 부족 등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최근 자신이 록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경험한 사고 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여성 관객 한 명이 친구의 목말을 타고 올랐다가 땅에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구급대원이 도착한 것은 사고 20분이 지나서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가을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쟁적으로 축제와 페스티벌, 행사를 열 계획이지만 이에 투입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행사는 많은데 경호업체 수는 한정적이라 늘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역 축제의 경우 아예 행사 진행 경험이 없는 회사가 맡기 때문에 안전 매뉴얼조차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역 축제라든가 페스티벌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열리는 데다 공연으로 분위기가 고조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통제하기 어렵다. 판교 행사장에서도 진행요원이 환풍구 위에 올라가 있는 관람객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고 경고했지만 관람객들은 이를 무시했다. 안전관리업체 관계자는 “무대와 관객 그리고 시설물 사이사이에 안전관리 요원이나 경호원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판교는 도로와 공연장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공연장 사고로 달라진 것도 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단독 콘서트에선 공연이 끝난 후 관람객들이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시차를 두고 퇴장했다. 이는 상주 MBC 가요콘서트 압사사고에 따른 학습효과 덕이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판교 공연장 참사] 넘치는 가을축제·공연 안전인력 턱없이 부족
입력 2014-10-2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