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말들 가운데 한자어가 많다. 그런데 상당수 한자어는 일본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예를 들면 ‘신문(新聞)’이란 말도 그렇다. 영어 ‘newspaper(뉴스페이퍼)’의 일본어 번역이 ‘新聞’이고, 일본에서 1860년대 이후 쓰이던 이 말이 1880년대 한국에서 쓰이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民主主義)’ 역시 영어 ‘democracy(데모크라시)’의 일본어 번역이고, 국내에서는 1908년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담배’ ‘고구마’ 등도 일본에서 유래한 말로 조선시대 들어왔다. 그러나 일본어가 본격적으로 우리말 속으로 편입된 것은 1876년 두 나라가 근대적 국교를 수립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노가다’(막노동)나 ‘다마’(구슬) ‘간즈메’(통조림)처럼 일본어 발음대로 쓰이던 말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과학’이나 ‘철학’ ‘대통령’ ‘검사’ 등과 같은 한자로 음독이 가능한 일본어 어휘는 순화 대상에서 제외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한섭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가 1880년대 이후 일본어에서 우리말로 들어온 어휘 3634개를 가려내 ‘일본에서 온 우리말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을 출간했다. 일본어 어휘 유입 역사를 20년 넘게 연구해온 이 교수 필생의 역작이다. 특히 각종 자료를 뒤져 각각의 단어가 한국어에서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조사해 출처와 용례를 밝혀놓은 점이 돋보인다.
이 교수는 “우리가 쓰는 한자어 상당수가 일본어인데 그 어휘들이 일본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대통령·신문·민주주의가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요?
입력 2014-10-2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