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에볼라 통제 가능” 공포심 차단 안간힘

입력 2014-10-20 02:58
국제사회가 에볼라 대책 마련에 부침을 겪는 가운데 컨트롤타워 격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자신들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하지만 에볼라 감염보다 에볼라에 대한 공포 자체가 전 세계를 엄습하면서 공포(Fear)와 에볼라(Ebola)가 결합된 ‘피어볼라(Fearbola)’ 현상은 확산세다.

WHO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초기 대응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것이며 그 시점은 ‘사태가 끝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WHO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음을 자인하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WHO는 유출된 보고서는 담당 직원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초안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AP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WHO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사태 대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이 명백한 재난의 징조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현지의 무능한 직원과 관료제, 정보부족 등을 폭발적인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이 사건 발생 한 참 후인 6월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내용도 담겨 파장이 일었다.

아프리카 이외의 대륙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에볼라에 대한 공포와 음모론이 점차 감염보다 무서운 질병이 돼 가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 ‘에볼라 확산 공황상태’와 관련해 “에볼라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공포나 히스테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막연한 공포심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공포나 히스테리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합리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감기로 매년 수천명의 미국인이 죽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에볼라는 감기처럼 공기로 쉽게 전염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체액 등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감염이 되는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AFP통신과 CNN방송 등은 잇따른 학부모들의 등교 거부와 휴직 등 에볼라에 대한 과민 반응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며 “에볼라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 것은 확산에 대한 염려이고 공포심은 분명 미국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등 유럽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볼라 전염지역에서 온 여객기의 수하물 하차를 거부하거나 관련국 대사관 직원들이 접촉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각지에서 속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