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공연장 참사] 금실 좋던 40代부부 삼남매 남기고…

입력 2014-10-20 02:51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 사흘째인 19일 희생자 빈소는 슬픔이 가득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정연태(47)씨 부부의 빈소 앞에서는 친구 김모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에 담긴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흐느꼈다. 이번 사고로 함께 숨진 정씨와 부인 권복녀(46)씨가 한 달 전 김씨와 함께 남이섬으로 여행 가서 찍은 사진으로 정씨 부부는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정씨의 초등학교 동창 89명이 가입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도 정씨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김씨는 “자주 사진을 올려서 부부 금실이 좋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는데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울먹였다. 유족 유모씨는 “초등학생 늦둥이를 포함해 3남매를 뒀는데 아이들이 걱정이다. 하늘도 무심하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이모(45)씨는 ‘기러기 아빠’인 사실이 알려져 조문객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씨는 사고 현장 인근 엔지니어링 업체에 근무했으며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과 부인은 중국에서 유학 중이다. 이씨의 매제 유모(48)씨는 “1주일에 서너 번씩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고 했다. 자식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그가 내년 2월쯤 가족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고 두 달 전 새 보금자리로 전셋집을 얻었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외동아들, 외동딸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카 B씨(31)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김모씨는 “큰누나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조카가 뒤늦게 대학과정 공부를 하러 다닌다고 들었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C씨 역시 외동딸이었다. C씨의 한 유족은 “내 동생이 홀로 키워온 소중한 딸인데 그 착한 아이한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희생자 16명의 빈소는 성남중앙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제생병원 등 7개 병원에 마련됐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삼성서울병원에서 희생자 중 처음으로 홍모(29)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20일에는 윤모(35)씨 등 5명, 21일에는 손모(30)씨 등 4명에 대한 발인이 있을 예정이다.

성남=강희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