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정부안, 더 세졌다지만 재정 절감 2080년까지 8兆 불과

입력 2014-10-20 02:37
여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 30만 수급자들의 표심 이탈을 각오하고 밀어붙이는 고강도 개혁인데, 정작 재정절감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재정 건전성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공무원만 등을 돌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안전행정부는 2016년부터 재직 공무원의 연금 납입액을 단계적으로 41% 올리고 수령액을 34% 삭감하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정부안 초안은 지난달 22일 한국연금학회가 제시한 개혁 방안의 골격을 유지했다. 연금학회 안에 평균 연금액(219만원)의 2배 이상을 받는 고액 수령자에 대해 10년 동안 연금을 동결하는 조치 등이 추가됐다.

정부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평가는 인색했다. 재정절감 효과가 크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연금학회가 제시한 안을 보면 2016년부터 2080년까지 정부 보전금이 333조8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정부안은 공무원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몇 가지 개혁 조치가 더해졌는데도 정부 보전금 절감 규모가 같은 기간 342조원으로 분석됐다. 65년 동안 재정절감 효과가 8조2000억원밖에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또 정부안의 절감 규모 342조원은 매우 큰 돈이지만 정부가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인 공무원연금 보전금의 27%에 불과하다. 73%에 달하는 적자는 여전히 정부가 메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것밖에 줄이지 못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중간에 낀 정부는 난감한 처지다. 새누리당은 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을 요구하고 있고, 공무원들은 초안만으로도 이미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성난 공무원들을 달래기 위해 퇴직금·보수 인상을 인센티브로 내걸었지만 재정 안정화를 목표로 연금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들에 대한 동정론이 이는 것도 변수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고통분담도 상식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야지, 공무원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종안 확정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여권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50여개 공무원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정부의 공식 협의 상대다. 정부는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전공노가 공투본에 참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투본의 실체 인정은 별건으로 하고, 공직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