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한국연금학회가 내놨던 공무원연금 개혁안보다 다소 강도가 높은 개혁안을 공개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방향은 유지한 채 기여금(공무원이 내는 보험료) 인상 시기를 앞당기고 고액 연금 수령자를 줄이는 조치가 추가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더 강도 높은 개혁안을 요구한 데서 보듯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안대로 시행하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혈세가 현 정권은 연평균 1조9014억원, 차기 정권은 연평균 2조5958억원으로 줄지만 기여금 인상이 끝나 수입액이 늘지 않는 2023년 이후에는 적자 보전금이 다시 연평균 6조원 이상으로 껑충 뛰게 된다. 차기 정권까지만 임시방편으로 적자 보전금을 줄이는 미봉책은 후세대들에게 ‘시한폭탄’을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대신 세금으로 충당하는 보수와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높이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가 돼 실제 재정절감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국민연금의 2배 수준인 공무원연금 소득상한액(월 804만원)을 670만원으로 낮추고 퇴직 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해당자가 많지 않아 재정절감 효과가 크진 않겠지만 공무원 사회의 ‘상후하박’을 해소한다는 면에서 불가피하다. 퇴직 공무원들이 로펌이나 사기업에 재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민간기업 재취업자로 연금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정부가 100만 공무원들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낼지 주시하고 있다. 1995년과 2000년, 2009년 세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졌지만 번번이 미봉책에 그치다 보니 또 개혁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도록 이번에는 고통스럽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몇 년 뒤 또 소모전을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상했던 대로 공무원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개혁하려면 정권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하면 그동안 혜택을 누렸던 공무원들은 이 정권에 등을 돌리겠지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공무원들도 보수가 적고 평균수명이 52세였던 1960년대 짜여진 공무원연금제도의 혜택을 계속 받겠다고 고집 부려선 곤란하다.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국가 존립을 위한 개혁에 동참해야 마땅하다.
[사설] 지속가능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어야
입력 2014-10-2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