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말고 농드?… 드라마도 예능도 귀농시대

입력 2014-10-20 02:35
지난 17일 첫 방송된 tvN 예능 ‘삼시세끼’의 장면들. 농촌에 사는 배우 이서진과 옥택연이 손님을 초대해 직접 밥을 해먹는 프로그램이다. CJ E&M 제공

화려한 무늬의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은 청년들이 끝없이 펼쳐진 흙 밭 위에서 대형 삽을 손에 쥐고 외친다. “우리가 누구야 삽질의 신,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아니냐.”

지난 18일 오후 8시45분 첫 방송된 SBS 주말극 ‘모던파머’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귀농한 록 밴드 멤버 4명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코미디. 빚 독촉, 시한부 선고, 해고 등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전직 밴드 멤버들이 농촌으로 내려와 배추농사를 짓는다. 이홍기(24), 이시언(32), 박민우(26), 곽동연(17) 등 꽃미남 배우 4명과 이하늬(31) 등이 출연한다.

농촌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 정통 농촌 드라마를 표방했던 MBC ‘전원일기’,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이 농촌을 진지하고 훈훈하게 다뤘다면 최근엔 ‘모던파머’처럼 유쾌하게 농촌에서의 삶을 그리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농촌 드라마를 줄여 ‘농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지난 17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tvN 예능 ‘삼시세끼’도 농촌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타 PD 나영석(38)의 새 작품이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서 배우 이서진(43)과 옥택연(26)이 손님을 모셔 함께 밥을 해먹는 포맷이다. 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수수를 거둬 탈곡하고, 온돌방에 불을 때는 장면 등을 연출하면서 어수룩한 매력을 선보였다. 좌충우돌 농촌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과 매 회마다 마을을 방문하는 연예인 손님들과의 식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색다른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통 농촌 드라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도 있다. 2007년부터 KBS 2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시즌제 전원 드라마 ‘산넘어 남촌에는 2’가 그것. 일요일 오전 9시에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지난 12일 시청률 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종영한 tvN 시트콤 ‘황금거탑’과 tvN 가상 다큐 ‘농부가 사라졌다’ 등은 마니아층에게 호응을 받았다. ‘황금거탑’은 농기계 작동법을 설명하거나 국제결혼 등을 소재로 사용해 현실성을 높였다. ‘농부가 사라졌다’의 경우 2020년 한국에 농부가 사라지고 우리네 식탁이 위협받는다는 설정 속에서 농업의 가치를 세련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신선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소재가 농촌”이라며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를 수 있는데다가 최근 귀농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작진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