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이 갑상샘암에 걸린 것에 원전 측의 책임이 일부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원전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앞으로 원전 주변 주민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지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제 원전의 사회적 비용 항목에 주민 건강 관련 추가 비용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 주민 박모(48)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씨의 갑상샘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며 “한수원은 박씨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판결문은 “방출된 방사선량이 정부가 규정한 연간 유효선량 한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는 최소한도의 기준일 뿐 절대적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원전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존재라는 점이 점점 입증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도 주민들이 이를 믿지 않는다면 안전관리의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 신규 원전의 경우 방사선 방출량 기준을 더 낮춰야 할 것이고, 수명이 다한 원전의 재가동 여부도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위자료 지급 판결 대상이 됐고, 이미 한 차례 재가동에 들어간 고리 1호기의 경우 이제 폐로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 2기의 폐기도 유럽연합(EU)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30년 수명을 훌쩍 넘겨 37년째 가동 중이다. 더군다나 이 원전은 가동 이래 여태까지 고장 횟수만 1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의 원전 정책이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해 턱 없이 안이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 파장 예상되는 ‘암발병 원전 일부 책임’ 판결
입력 2014-10-2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