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아쉬움… 서태지 잠실운동장 컴백 콘서트 엇갈린 반응

입력 2014-10-20 02:11
가수 서태지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역시 문화대통령이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나 봐요.”

1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을 본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009년 전국투어 ‘더 뫼비우스’ 이후 5년 만에 단독 공연에 나선 서태지를 보기 위해 팬들은 일찍부터 공연장을 찾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공연 관객은 약 2만5000명,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이날 공연에선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할 당시 불렀던 노래부터 9집 신곡까지 서태지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공연은 서태지 8집 앨범 타이틀곡 ‘모아이’로 시작했다. 이어 9집 앨범 수록곡으로 선공개한 ‘소격동’ ‘크리스말로윈’을 불렀다. 특히 온라인에 공개된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은 이날 무대에서 아이유의 맑은 목소리와 서태지의 미성이 조화를 이루며 완성된 ‘소격동’이 됐다.

‘버뮤다 트라이앵글’까지 4곡을 내리 부른 서태지는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너무 오랜만이죠”라며 인사를 건넸고 공연을 이어갔다. 서태지는 성시경이 리메이크한 ‘너에게’의 오리지널 버전을 불러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래퍼 스윙스, 바스코와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를 부르며 80m 대형 무대를 달릴 땐 팬들도 열광했다. 90년대 스타를 소재로 한 ‘나인틴스 아이콘’을 부르기 전에는 “한물간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 드린다”고 말했다.

무대도 훌륭했다. 세계적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에게 음향을 맡겼고 총 130대의 메인 스피커를 사용해 최고의 소리를 들려줬다. 무대는 공연 콘셉트에 맞게 팀 버튼의 영화처럼 음산하면서도 환상적으로 꾸몄다.

30, 40대 여성 팬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어린이방에 사전 예약한 49명의 팬 중 46명이 아이를 맡기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한 명의 간호사와 8명의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지켰다.

어린이방을 찾은 오태우(35)씨는 “아내는 지금 공연을 보고 있고 나는 7개월, 여섯 살짜리 딸과 함께 있다”며 “공연장에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쉬움도 있었다. 서태지는 오랜만의 무대에 긴장한 듯 공연 초반 음정이 떨어지기도 했다. 음향 사운드가 너무 크다 보니 서태지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40대 관람객은 “일렉트로닉 일색인 9집 신곡을 사람들은 ‘파격’이라 말할 것”이라면서도 “90년대 서태지를 좋아하는 팬 입장에선 전자음 때문에 서태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한 시간 늦게 공연을 시작한 것도 문제였다. 한 관객은 “오후 6시 공연이라고 해서 일찍부터 왔는데 케이블채널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더니 오후 7시에 시작했다”며 “그마저도 1시간40분 만에 끝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서태지는 20일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