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요일 오전, 텔레비전을 켜보니 낯익은 배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름은 떠오르질 않네요. 역사적 사건들을 재연하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연기자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이들은 “서프라이즈 걔”로 불립니다. 친근한 얼굴이지만 이름은 생소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한 명인 배우 김민진(37)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17일 서프라이즈가 아닌 MBC ‘생방송 원더풀 금요일’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배우생활 12년째인 그는 “아르바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출연료로는 생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민진은 “저번 달까지만 해도 월수입이 거의 없었다”며 “한 달에 100만원. 없을 땐 60만∼70만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인터넷에 올라온 ‘과일가게 아르바이트 배우’라는 게시물로 네티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팬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그 팬은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며 “곤란해 할 줄 알았던 김민진이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방송 관계자들은 스타만 캐스팅하지 말고 이런 연기파 배우들을 발굴해 달라”는 당부도 남겼죠.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연기, 경력 다 되는 저런 분이 출연료가 모자라서 다른 일을 전전하다니” “재연배우들도 보면 공채 출신도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 많은데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김민진의 사연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불똥이 아이돌 배우들에게 떨어진 것입니다.
“연기에 제대로 뜻도 없는 아이돌 멤버들은 회당 몇 천씩 받는다던데” “실력도 없는 아이돌의 자리를 진짜 배우들이 채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돌 아닌 이런 배우들의 연기가 보고 싶네요” 등의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최근 아이돌 출연자가 없는 드라마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 3사도 동참한지 오래죠. 많이 나아졌다 해도 소위 ‘발연기’를 하는 아이돌 배우는 여전합니다. 괜한 불똥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연기자가 연기할 무대가 없다는 것은 배우 개인의 슬픔입니다. 그러나 한 직종에 12년을 몸담은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사회 문제가 됩니다. 김민진의 슬픔이 과연 김민진 만의 것일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알바로 생계 잇는 재연배우-고액 출연료 ‘발연기’ 아이돌… 연예계 두 얼굴
입력 2014-10-20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