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소방 설비… 서울 주요 터널도 ‘살얼음’

입력 2014-10-20 02:41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서울시 주요 터널 내 소방 설비에 대한 관리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연설비, 긴급전화, 비상조명등은 내구연한을 넘겨 노후화되고 일부 터널에는 소화기가 아예 없거나 기능이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흠(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기를 터널 밖으로 배출하고 피난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제연설비의 경우 내구연한이 11년이지만 구룡터널은 16년, 홍지문·정릉터널은 15년, 남산2호터널은 13년이 지난 상태다. 사고발생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긴급전화는 내구연한이 8년이지만 이를 훨씬 넘긴 노후 장비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남산1호터널 긴급전화는 20년을 넘겼고 구룡터널은 16년, 홍지문·정릉터널은 15년, 남산2호터널은 13년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비상조명등, 비상경보설비, CCTV 등도 마찬가지다. 비상조명등의 내구연한은 10년인데 구룡터널은 16년, 홍지문·정릉터널은 15년, 남산2호터널은 13년, 남산1호터널은 11년째 사용하고 있다. CCTV의 내구연한은 9년인데 홍지문터널과 정릉터널은 15년째 쓰고 있다.

비상방송설비도 내구연한이 10년인데 남산2호 터널은 13년째 쓰고 있고 남산1호, 홍지문, 정릉, 구룡터널은 내구연한이 다 됐다. 비상경보설비는 내구연한이 9년인데 구룡터널은 16년, 남산2호터널은 13년째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실시한 주요 터널 정밀점검 현황에 따르면 남산3호 터널은 화재진압에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고, 소화배관 내 압력도 기준에 못 미쳤다. 휴대용 비상조명등 및 피난구 유도등도 상태가 불량했다. 남산2호터널은 소화전 위치 표시등과 휴대용 비상조명등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홍지문터널과 구룡터널은 올해 점검에서 자동화재탐지설비 발신기가 불량한 것으로 지적됐다. 남산1호터널은 소화기 위치표시등, 충압이 불량하고 분말소화기도 성능이 떨어지는 상태였다. 2010년 이후 남산 1·2·3호 및 홍지문, 정릉, 구룡터널 등 서울시 주요 터널에서는 총 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김 의원은 “매년 크고 작은 터널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화재대응이 매우 부실하다”며 “터널화재는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방장비를 확충하고, 정밀 점검을 통해 장비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