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확대되는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가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주최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국 내 불평등의 정도와 지속적인 증가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이 같은 추세가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해 온 기회의 균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recession) 국면에서 벗어나고, 증시가 반등하면서 빈부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과 노동시장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집값은 오르고 있고, 대부분의 가계가 금융위기 당시 잃어버린 재산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미국 가계 하위 50%가 보유한 부(富)가 전체의 1%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1989년에 비해서도 3%나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고정돼 있었던 경제적 유동성을 위한 핵심적인 방법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기업 육성 기회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30분간의 연설에서 옐런 의장은 금리와 경제 전망 등 연준 의장이 일반적으로 다뤄 온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오로지 경제적 불평등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새라 바인더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옐런 의장의 불평등에 대한 관심과 강조는 현재처럼 정당 간 대립이 격심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빈부 격차·불평등 최악”… 옐런 Fed 의장 경고
입력 2014-10-20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