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이후 도대체 몇 번째인가

입력 2014-10-18 04:30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진 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안타깝게도 다시 확인시켜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17일 오후 5시53분쯤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그 위에서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던 시민 수십 명이 18.7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이날 오후 11시30분 현재 소방 당국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날 사고는 일단 관람객들이 지나치게 부주의했던 것이 우선 잘못이다. 일부 관람객이 가수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갔다니 어이가 없다. 이들이 떨어진 곳이 지하 4층 깊이여서 중증 외상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최측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안전요원을 배치해 환풍구 덮개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펜스를 치는 식으로 관람객이 환풍구 덮개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700여명이 관람한 야외공연의 안전관리는 너무 허술했다.

무엇보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 무방비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니 참담한 노릇이다.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 소방헬기 추락, 새만금 방조제 어선 전복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한동안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최근에 많이 무뎌진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39개 부·처·청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도로·철도, 교육시설·공사장 등 등 주요 시설물 24만여곳에서 총 4만4000여건의 안전관련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모든 국민과 정부가 다시 한번 안전의식을 다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