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어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2000년대 들어 기업범죄로 법정에 선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현 회장에 대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범죄를 일으킨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현 회장보다 중형이 선고된 기업 총수는 1997년 한보 비리 사건으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도다. 검찰은 앞서 현 회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의 사기성 CP와 회사채 발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현 회장이 동양그룹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기성 CP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그룹 경영이 악화된 사실도 일반 투자자들에게 거의 설명되지 않았던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현 회장이 그룹 지배권에 집착한 나머지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규제들을 위반하면서 피해자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현 회장에게 중형이 선고된 이유는 유죄로 인정된 CP 사기 피해가 막대했기 때문이다. 총 피해액이 1조2958억원에 달한다.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는 4만여명이다. 이 중 피해액 9868억원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또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쌈짓돈을 날린 서민층이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현 회장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도 양형 이유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현 회장의 지시 아래 동양그룹이 진행했던 구조조정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은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말했다.
CP 발행의 사기성이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피해자들은 현 회장과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1조3000억 사기성 CP 발행 현재현 회장 징역 12년 선고
입력 2014-10-18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