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근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해 헌재에 장기간 계류 중인 ‘패킷 감청’ 헌법소원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을 올해 안에 선고하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감에서 “패킷 감청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3년6개월이 지났는데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는 방식으로 감청 대상자가 이용하는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개인 사생활과 통신비밀 불가침 원칙을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패킷 감청을 헌법 질서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전직 교사 김모씨는 국가정보원이 2010년 12월부터 3개월간 자신의 인터넷 전용회선을 패킷 감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2011년 3월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7호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패킷 감청은 대상자가 접속한 사이트 주소와 이메일 발·수신 내역 등 모든 내용을 볼 수 있어 인권침해’라는 주장이었다. 헌재는 김씨 사건을 포함해 비슷한 취지의 사건 6건을 심리 중이다.
여당 의원들은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 대한 결론을 조속히 내릴 것을 헌재에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사건이 접수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결정)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헌재 결정이 제때 나오지 않아 불필요한 낭비와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소장은 법사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재판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는 12월 안에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박 소장께서 중대한 말씀을 하셨다”며 오후 국감 질의에서 이 같은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박 소장은 의원들에게 정당해산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그런 말씀이 아니고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제출된 자료가 방대하고, 통진당과 법무부도 3주에 한 번 변론을 하자고 요청하고 있어 심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야당 의원들은 “여론에 따라갈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헌재 ‘패킷 감청’ 憲訴 3년 넘게 결정 안해
입력 2014-10-18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