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200안타’… 절박함이 전설을 만들다

입력 2014-10-18 03:36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해 한 타석만 서고 방출. 경찰청·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해 현역입대. 그리고 또다시 신고선수로 입단.’

넥센 히어로즈 2루수 서건창(25)의 불과 2년 전 이력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숱한 좌절을 이겨낸 서건창이 마침내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됐다.

서건창이 17일 ‘꿈의 200안타’를 쳐냈다. 서건창은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뽑아내 한 시즌 200안타를 기록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한 시즌 200안타에 근접한 타자는 1994년 이종범(196개)과 1999년의 이병규(192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서건창은 8회말 201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정규리그가 128경기인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안타는 ‘신의 영역’으로 불릴 만큼 나오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한국보다 16경기를 더 치르는 일본 프로야구(144경기)에서도 지금까지 5명이 모두 6차례 달성한 게 전부다. 1년에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타자들만 세우는 기록이다. 지난해엔 아예 200안타를 때린 타자가 없었고, 올해 다시 2명이 나왔다.

서건창의 대기록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그의 고단했던 야구 이력 때문이다. 이종범, 이병규 등이 초특급 선수로 주목받던데 비해 그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서건창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2008년 LG 트윈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그해 1군 무대에 단 1경기에 나선 뒤 방출됐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청이나 상무에도 갈 수 없어 2009년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에서 홀로 훈련을 한 서건창은 제대 후 2011년 말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그는 2군에서 성실하게 훈련했다. 이를 당시 넥센 2군 감독이었던 박흥식 롯데 자이언츠 코치가 눈여겨봤다. 박 코치는 당시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에게 그를 추천했고, 구단은 스프링캠프에 그를 데려갔다.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결국 서건창은 그 해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그는 발목부상 때문에 잠시 주춤했다. 8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타격감도 떨어졌다. 이에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체력을 기르는 한편 타격폼을 고쳤다. 그리고 대기록 작성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전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을 받았던 그의 올해 연봉은 9300만원이다.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지나치게 헐값이다. 올해 프로야구가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봉 대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서건창은 “성공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