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가을 제사 시작일인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만 보낸 것은 다음 달로 추진 중인 주변국과의 정상회담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교도통신 등은 아베 총리가 도쿄 중심가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근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군국주의의 상징인 이곳을 정치인들이 참배하는 문제로 일본은 그동안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7년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도 주변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올해는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 중인 중국과의 정상회담 등을 감안, 아베 총리가 가을 제사에 참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본 우익들의 참배 행렬은 계속됐다.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110여명도 집단 참배했다. 오자토 야스히로 환경부대신, 에토 세이치 총리 보좌관 등도 찾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도 가을 제사 기간에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공물 헌납에 대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A급 전범을 신으로 받드는 신사에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것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 및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야스쿠니 신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동향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15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중국에 구애 신호를 보내면서도 내각을 역사수정주의자들로 채우는 ‘위험한 이중플레이’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 인사들은 신사 참배가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하지만 중국은 다르게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아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
입력 2014-10-18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