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無증시’ 장중 1900선도 무너져

입력 2014-10-18 03:27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미국 증시의 조정까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종가로는 1900선을 지켰지만 장중 1900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연저점(2월 4일, 1886.85)도 위협받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계속된 외국인 매도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1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1896.54까지 추락하며 8개월 만에 1900선이 무너졌다. 종가로는 전 거래일보다 18.17포인트(0.95%) 내린 1900.66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3020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우세했다.

장 초반부터 코스피를 흔든 건 유럽발 악재였다. 그리스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리스(G)를 비롯해 포르투갈(P), 이탈리아(I)의 국채시장이 흔들리면서 이들 국가에 다시 ‘PIGs 리스크’로 불리는 복합적 재정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락하고 있지만 ‘PIGs 국가’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는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내 ‘유럽 재정위기 2.0’ 리스크가 부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코스피 부진이 일시적인 대외 악재 때문 만인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요즘 증시를 상승동력·매수주체·주도주·방향성 등이 없는 ‘4무장세’라고 지칭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부터 현대차 포스코 대림산업(23일), 기아차 현대글로비스(24일) 등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크다. “바닥권이지만 상승 동력이 약하다” “현 추세가 전환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대형주들은 크고 작은 대내 악재 이슈에도 시달리는 중이다.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KT는 6.40%, LG유플러스는 7.36%, SK텔레콤은 4.76% 하락했다.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 참여 후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는 현대차는 3분기 실적 우려까지 짙어지며 이날 3.57% 추가 하락,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